만든 이야기

이음오피스를
만든 이유

저는 고등학교에서 국어를 가르칩니다. HTML, CSS, JavaScript를 알려 주는 코딩 강의를 몇 번 듣다가 그만둔 적이 있을 만큼 프로그래밍과는 거리가 먼 사람입니다. 그런 제가 오피스 프로그램을 만들었으니, 왜 만들었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습니다. 그 답을 여기 적어 둡니다.

방망이 깎는 노인

저는 '방망이 깎는 노인' 이야기를 좋아합니다. 모든 공정이 기계화된 시대에도 노인은 그 방망이를 쥘 사람을 생각하며 때 묻은 손으로 방망이를 깎고, 눈으로 보고, 또 깎습니다. 저는 그 장인의 마음과, 말로 다 할 수 없는 그 감각을 배우고 싶습니다. 학생들과 매일 함께하는 배움도 그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기술을 교육에 들여오는 일 자체에는 큰 관심이 없습니다. 제가 궁금한 것은 AI 시대에도 세계와 얽혀 사는 '나'가 그 세계에 어떻게 응답해야 하는지, 그리고 국어 수업에서 학생들과 그 과정을 어떻게 겪어 볼 수 있는지입니다. AI와 교육을 주제로 강의 요청이 오면 바이브 코딩이나 AI 활용법 강의는 사양하고, 교사와 학생이 AI를 비판적으로 쓰는 법을 함께 이야기하는 자리에는 기쁘게 나갑니다.

'딸깍'에 대해

AI가 나쁘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AI로 '딸깍' 한 번에 일을 끝낸다는 말에는 선뜻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많은 사람이 '딸깍'으로 일을 덜 하고 '딸깍'으로 돈을 버는 세상이 좋은 세상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내가 세계와 이어져 있다는 것을 알고, 그 안에서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을 더 잘하려고 AI를 쓰면 좋겠습니다. 그런 마음이라면 AI도 장인의 마음으로 쓸 수 있습니다.

생각을 줄이지 않으려고

저는 무언가를 만들기 전에 마인드맵부터 그립니다. AI에게 일을 맡기기 전에 하고 싶은 것, 아는 것, 모르는 것을 적어 보며 생각을 먼저 구체화합니다. 그동안은 XMind 같은 마인드맵 도구에서 생각을 정리하고, 그 내용을 AI 도구로 옮기고, AI가 만든 결과물을 다시 한글이나 파워포인트로 옮겼습니다. 이 옮기는 일이 번거롭다 보니 어느새 마인드맵으로 생각을 정리하는 단계를 자꾸 건너뛰고 있었습니다.

이러면 안 되겠다 싶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읽고 쓰는 데 자주 쓰는 도구를 한 창에 모았습니다. 마인드맵, 한글, 워드, 파워포인트, PDF를 한곳에서 열고, 필요할 때 옆의 AI에게 일을 맡깁니다. 그렇게 만든 것이 이음오피스입니다.

AI가 만든 것을 내 손으로 고치려고

AI에게 교과서 파일을 건네고 HTML로 예쁜 활동지를 만들어 달라고 하면 '딸깍' 하고 활동지가 나옵니다. 겉보기엔 그럴듯하지만, 제가 만나는 학생들과 실제로 쓰기에는 부족한 점이 많습니다. AI는 우리 학교와 교실, 그 학생들을 모르니까요.

문제는 그렇게 나온 결과물을 직접 고치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방법이 없지는 않지만, 대부분의 선생님에게는 어렵고 번거롭습니다. 이음오피스에서는 AI가 만든 HTML 활동지를 열어 내 손으로 고칠 수 있습니다.

오픈소스 위에서

저작권 문제를 걱정해 주시는 분도 많습니다. 이음오피스는 요즘 유행하는 REA(Reverse Engineer Anything)로 만든 것이 아닙니다. GenOffice, rhwp처럼 믿을 수 있는 오픈소스를 바탕으로 만들었습니다. 이 프로젝트들에 쌓인 시간과 노력이 없었다면 이음오피스는 나오지 못했습니다. 오픈소스를 꾸려 가는 분들께 감사드리며, 저도 그 생태계에 누가 되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이어 가겠습니다.

앞으로 잇고 싶은 것

그래도 걱정이 남습니다. 많은 분들이 '딸깍' 하고 문서가 만들어지는 데에만 끌려 그렇게만 쓰시지 않을까 하는 걱정입니다. 앞으로의 업데이트에서는 문서와 AI를 잇는 데서 그치지 않고, 문서(일)와 문서(일)를 잇고, 사람과 문서를 잇고, 더 나아가 사람과 세상을 잇는 도구로 키워 가겠습니다.

고맙습니다

2026년 10월 22일 아침에 700건이던 누적 다운로드가 하루 만에 3,869건이 되었습니다. 이 프로젝트를 계획하며 최종 목표로 잡은 숫자가 3,000건이었는데, 공개하고 며칠 만에 넘어 버려 아직도 어안이 벙벙합니다. 관심을 가져 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

이렇게 써 놓으니 대단한 프로그램 같지만, 써 보시면 아직 버그투성이입니다. 앞으로도 많이 응원해 주시고, 좋은 의견 보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